영어를 가르치다 보면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 이 아이는 이제 영어가 붙기 시작했구나.”
시험 점수가 갑자기 오르지도 않았고, 단어를 완벽하게 외운 것도 아닌데
아이의 태도와 눈빛, 수업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영어 실력이 실제로 성장한 아이들은
반드시 비슷한 ‘전환의 순간’을 한 번은 지나간다.
오늘은 영어학원 강사로서 현장에서 반복해서 마주한
‘영어가 늘기 시작하는 아이들의 결정적 순간’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영어를 ‘맞히는 과목’이 아니라 ‘이해하는 언어’로 받아들이는 순간

1. 영어가 늘기 시작하는 첫 번째 신호는
아이가 영어를 대하는 관점이 바뀌는 것이다.
이전까지의 영어는 대부분 이렇다.
문제를 맞혀야 하는 과목
틀리면 혼나는 시험용 지식
외워도 외워도 끝이 없는 부담스러운 암기
이 단계에 머물러 있을 때 아이는
문장을 읽으면서도 계속 눈치를 본다.
“이거 맞는 해석인가요?”
“이렇게 말해도 돼요?”
항상 정답을 먼저 찾으려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문장을 쪼개서 스스로 이해하려고 시도하기 시작한다.
“이거 앞에 because가 있으니까 이유 말하는 거죠?”
“아, 이건 과거 얘기라서 이렇게 말하는 거구나.”
“완벽하진 않지만 이런 뜻인 것 같아요.”
이 순간부터 영어는
‘맞히는 문제’가 아니라 의미를 가진 언어가 된다.
이 전환이 일어나면 속도는 느릴지라도
아이의 영어는 절대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2.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입을 열기 시작하는 순간
영어가 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틀릴까 봐 시도조차 하지 않는 태도다.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틀리는 경험이 쌓이면서 생긴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영어가 늘기 시작하는 아이들은
어느 시점에서 이 벽을 한 번 넘는다.
발음이 틀려도 그냥 말해 본다.
문법이 어색해도 끝까지 문장을 만들어 본다.
정답이 아닐 수도 있지만 자기 생각을 말한다.
이때 아이의 말은 완벽하지 않다.
오히려 많이 부족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강사의 입장에서는 이 순간이 가장 반갑다.
왜냐하면 입을 여는 순간부터 언어는 축적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영어가
소리로, 문장으로, 경험으로 남는다.
이 단계를 지나면
아이는 더 이상 ‘영어를 하는 사람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된다.
3. 공부를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확인하려는 순간
영어가 늘기 시작하는 아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질문의 방향이 달라진다.
이전에는
“이거 외워야 해요?”
“시험에 나와요?”
“이렇게 써도 돼요?”
였다면,
이제는 이런 질문이 나온다.
“이건 왜 이렇게 쓰는 거예요?”
“그럼 이 문장도 같은 구조예요?”
“아까 배운 거랑 연결되는 것 같아요.”
이 질문의 차이는 매우 크다.
앞의 질문은 지시를 기다리는 태도,
뒤의 질문은 이해를 확인하려는 태도다.
이 순간부터 아이는
공부를 ‘시키는 것’에서 ‘확인하는 것’으로 바꾼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 시점부터
복습을 시키지 않아도
이전보다 기억이 오래 간다.
이해를 통해 쌓인 영어는
암기한 영어보다 훨씬 단단하기 때문이다.
성적보다 자신의 변화를 먼저 느끼는 순간
영어가 늘기 시작하는 아이들은
성적이 오르기 전에 이미 알고 있다.
“선생님, 예전보다 읽는 게 덜 무서워요.”
“문장이 길어도 끝까지 보게 돼요.”
“이제 대충 무슨 말인지 감이 와요.”
이 말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성적은 시간 문제다.
중요한 것은
아이 스스로 자신의 변화를 인식했다는 점이다.
이 단계에 들어간 아이는
잠깐 성적이 흔들려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미
‘나는 할 수 있다’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영어가 늘기 시작하는 진짜 신호는
시험지 위가 아니라
아이 마음속에서 먼저 나타난다.
마무리하며
영어 실력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늘기 시작하는 ‘순간’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순간은
이해하려는 태도로 바뀌는 때
틀림을 감수하고 말하기 시작하는 때
스스로 연결하고 질문하는 때
자신의 성장을 느끼는 때
이 네 가지를 지나온 아이들은
속도의 차이는 있어도 결국 앞으로 나아간다.
혹시 지금 아이의 영어가 정체된 것처럼 느껴진다면
점수보다 먼저
이 ‘순간’을 지나고 있는지 지켜봐 주길 바란다.
영어는 늦게 피는 꽃처럼
조용히, 하지만 분명하게 자라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