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 영어 수업을 하다 보면 유독 비슷한 유형의 아이들이 눈에 띈다.
문법 설명을 처음 듣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이해가 빠르고,
독해 지문이 길어져도 크게 당황하지 않으며,
시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영어가 쉽다기보다는, 생각보다 할 만해요.”
흥미로운 점은
이 아이들 대부분이 초등 시기에 이미 ‘영어를 잘하는 방식’으로 영어를 배워 왔다는 것이다.
중학교에 와서 갑자기 실력이 생긴 것이 아니라,
초등 영어의 방향이 중등 영어와 자연스럽게 이어진 결과다.
현장에서 꾸준히 지켜본 결과,
초등 영어가 잘 된 아이들에게는 분명한 중등 공통점이 존재한다.

1. 중등 영어를 ‘새로운 과목’이 아니라 ‘정리 단계’로 받아들인다
초등 영어가 잘 된 아이들이 중등 영어를 대하는 태도는 분명히 다르다.
이 아이들에게 중학교 영어는
갑자기 시작되는 낯선 과목이 아니다.
문법 설명을 들으며 “아, 이게 이런 이름이었구나”라고 반응하고
독해 지문을 읽을 때 구조를 먼저 파악하려 하며
문제를 틀려도 이유를 찾는 데 집중한다
즉, 중등 영어를 확장과 정리의 과정으로 인식한다.
이는 초등 시기에
단순 암기나 문제 풀이보다
문장을 읽고 의미를 이해하는 경험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초등 영어가 단절적으로 이루어진 아이들은
중등 영어를 전혀 다른 과목처럼 느낀다.
“초등 영어랑 완전히 달라요.”
“이건 처음 보는 영어예요.”
이 차이는 실력보다
영어를 축적해 온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2. 문법·독해가 어려워져도 학습 태도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초등 영어가 잘 된 아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중등 영어의 난이도가 올라가도
학습 태도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태도를 보인다.
모르는 문장이 나와도 끝까지 읽는다
틀린 문제를 ‘실패’가 아니라 ‘정보’로 받아들인다
시험 결과보다 자신의 이해 정도를 먼저 점검한다
이 태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초등 시기에
영어를 ‘혼나는 과목’이 아니라
‘이해하고 쌓아가는 언어’로 경험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중등 영어에서 많은 아이들이 무너지는 이유는
문법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어려움을 감당하는 학습 태도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등 영어가 잘 된 아이들은
이미 초등 시기에
틀리고, 다시 생각하고, 연결해 보는 경험을 충분히 쌓아왔다.
그래서 중등 영어의 부담을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받아들인다.
3. 중등 영어에서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자연스럽게 전환된다
중등 영어는
학습량과 정보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다.
이때 가장 크게 작용하는 요소는
학원이나 교재보다
아이 스스로 공부를 끌고 갈 수 있는가다.
초등 영어가 잘 된 아이들은
중등에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행동을 보인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표시해 둔다
앞에서 배운 내용과 연결해 다시 본다
질문의 초점이 ‘정답’이 아니라 ‘이유’에 있다
이 아이들은 이미 초등 시기에
영어 공부의 방법을 배웠다.
무엇을 외워야 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그래서 중등 영어에서
학습 관리가 조금 느슨해져도
완전히 흔들리지 않는다.
반면 초등 시기에
항상 관리와 통제 속에서만 영어를 해온 아이들은
중등에 올라가자마자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게 된다.
이 차이가
중등 영어 성취도의 격차로 이어진다.
마무리하며
초등 영어가 잘 된 아이들은
중등 영어에서 특별한 비법을 쓰지 않는다.
다만 이미 준비된 상태로 중등 영어를 만났을 뿐이다.
영어를 이해하는 경험을 해본 아이
틀려도 다시 생각해 본 아이
문장을 중심으로 영어를 쌓아온 아이
공부 방법을 초등 때부터 익힌 아이
이 아이들에게 중등 영어는
도전이 아니라 연속이다.
만약 지금
아이의 중등 영어를 준비하고 있다면,
혹은 초등 영어의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면
“얼마나 앞서 나가고 있는지”보다
어떤 방식으로 영어를 쌓고 있는지를 먼저 점검해 보길 바란다.
중등 영어에서 드러나는 결과는
이미 초등 영어 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